마블 세계관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있다면, 단연 ‘스파이더버스’다. 2018년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가 파격적인 애니메이션 기법과 마일스 모랄레스라는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등장을 알렸다면, 이번 속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그 세계를 ‘확장’하고 ‘격동’시킨다.

마일스의 정체성, 책임, 그리고 선택의 무게는 이제 차원을 넘어선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단순히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아니다.
“스파이더맨은 반드시 고통을 감내해야만 성장하는 존재인가?”
그 질문을 던지며, 전례 없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1. 마일스의 성장: 숙명인가, 선택인가?
이번 영화에서 마일스는 진정한 의미에서 ‘스파이더맨이 되는 길’을 걷는다.
하지만 그 길은 단순한 영웅의 길이 아니다.
그는 우주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정해진 희생’을 거부한다.
이를테면 “스파이더맨이 되려면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한다”는 공식.
하지만 마일스는 이에 저항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시스템 자체에 반기를 드는 그 모습은
오히려 가장 ‘스파이더맨다운’ 선택이었다.
“왜 난 예외가 될 수 없지?”
이 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스파이더맨의 정체성은 슬픔의 대물림이 아닌, 선택의 연속이라는 점을
마일스는 자신의 방식으로 증명하려 한다.


2. 그웬 스테이시: 또 하나의 주인공
이 영화의 진정한 공동 주인공은 마일스가 아닌 ‘그웬’일지도 모른다.
전작에서 ‘여성 스파이더맨’이라는 상징적인 캐릭터로 등장한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아버지와의 갈등, 자신의 책임감, 마일스를 향한 감정 등
다층적인 내면을 가진 입체적인 인물로 성장한다.
특히 그웬의 세계는 수채화처럼 번지는 파스텔 색감의 공간으로 표현되는데,
그녀의 감정선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며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한다.
시각적 미학이 내면의 이야기와 완벽하게 맞물리는 연출은
애니메이션을 넘어선 예술적 경지를 보여준다.


3. 멀티버스: 팬서비스를 넘어선 철학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역대급 스파이더맨들이 총출동한다.
2099의 미겔 오하라, 스파이더캣, 스파이더맨 인디아, 레고 스파이더맨까지.
이 모든 평행세계의 스파이더맨들이 등장하며 팬들의 환호를 자아내지만,
단순한 재미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슬픔과 트라우마, 책임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며,
그 숙명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마일스와 선명히 대조된다.
특히 미겔(스파이더맨 2099)은 영화 내내 차가운 카리스마로
“운명은 바뀔 수 없다”는 논리를 주장하지만,
관객은 점점 마일스의 편으로 마음이 기울게 된다.
이 영화가 단순한 ‘유니버스 확대’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모든 스파이더맨은 다르지만, 동시에 같은 슬픔을 안고 있다’는 철학은
엔터테인먼트를 넘는 서사로 자리잡는다.


4. 시각적 진화: 예술과 애니메이션의 경계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압도적인 작화와 연출력이다.
각 유니버스마다 전혀 다른 화풍과 색감, 카메라 구도를 적용해
시각적인 경계를 허물며, 마치 움직이는 전시회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특히 액션 장면의 연출은 실사 영화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파격적인 구도와 컷 전환, 프레임 나눔 기법이 돋보인다.
기존 히어로물에 지친 관객도 이 영화만큼은 새로운 감각으로 즐길 수 있다.


5. 열린 결말, 그리고 다가올 전쟁
영화는 명확한 결말 없이 ‘전편을 위한 전개’로 마무리된다.
다음 편인 《비욘드 더 유니버스》로 이어지는 이 영화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완성도 높은 이야기지만,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열린 구조를 택하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을 극대화한다.

림도스의 총평
“우리는 누구나 다른 유니버스의 스파이더맨일 수 있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성장, 선택, 정체성에 대한
놀랍도록 철학적인 메시지를, 가장 감각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그저 영웅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스파이더맨’을 말하는 이 작품은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모든 히어로 무비와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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