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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오브 유니콘》 리뷰: 유니콘을 죽인 건 인간의 탐욕이다

림도스 2025. 5. 1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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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데스 오브 유니콘 공시 포스터

A24는 언제나 경계 너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데스 오브 유니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유니콘을 친다는 기괴한 출발점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점점 우리가 얼마나 비윤리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지를 조명하며 현실 비판으로 나아간다. 블랙 코미디, 호러, 판타지라는 장르를 절묘하게 뒤섞은 이 영화는 단순한 B급 오락물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과 시스템을 해부하는 작품이다.


1. 유니콘이 상징하는 순수성, 그리고 그 파괴

영화의 중심은 유니콘이라는 신화적 존재다. 전통적으로 유니콘은 순수, 치유, 신성함을 상징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유니콘은 단지 ‘희귀한 자원’으로 전락한다. 유니콘의 피가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뿔이 병을 치료한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인간들은 윤리적 경계를 단숨에 무시한다. 의학적 가능성, 자본화, 상품화라는 전형적 과정이 빠르게 전개된다.

이는 곧 생명 윤리 문제를 건드린다. 생명체의 희생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선을 어디까지 허락할 수 있는가? 영화는 이 질문을 유니콘이라는 낯선 매개체로 던지며, 실상은 인간의 잔인함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2. 장르의 전복: 판타지와 호러, 그리고 블랙 코미디의 혼합

《데스 오브 유니콘》은 겉보기에 유쾌한 판타지처럼 시작한다. 익살스러운 대사, 기괴한 설정, 어딘가 B급 감성의 톤이 관객을 속인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 영화는 호러의 얼굴을 드러낸다. 유니콘 부모의 복수극은 슬래셔 무비의 정서를 차용하고, 잔혹한 장면과 긴장감 넘치는 전개는 관객의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유발한다.

이 장르 전복은 영화의 메시지를 강화하는 장치다. ‘예쁜 존재’가 ‘폭력의 화신’이 되는 아이러니는 인간이 얼마나 쉽게 순수를 파괴할 수 있는지를 상징한다. 동시에 유니콘의 복수는 단순한 카타르시스가 아닌, 자연의 역습이자 인간성에 대한 질문으로 기능한다.


3. 부녀 관계: 개인 서사의 의미

영화의 감정적 중심은 리들리(제나 오르테가)와 엘리엇(폴 러드)의 부녀 관계다. 아내를 잃고 딸과 소원해진 엘리엇, 사춘기의 분노와 외로움을 겪는 리들리. 유니콘 사건은 단순한 외적 사건이 아니라, 두 사람의 감정이 다시 만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 관계는 단순한 클리셰가 아니다. 영화는 이들의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 채 그려낸다. 이런 절제된 서사는 오히려 영화의 황당한 플롯과 대조되어 현실감을 준다. 극단적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감정선이 영화의 구조를 단단히 잡아준다.


4. A24식 블랙 유머와 사회 풍자

A24는 늘 사회 시스템을 비트는 영화를 만들어왔다. 《데스 오브 유니콘》도 예외가 아니다. 부의 세습, 생명윤리의 상업화, 기업의 탐욕, 과학의 도구화 등 영화는 다양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를 너무 무겁게 풀지 않는다. 유머를 섞고, 과장을 더하며, ‘어이없음’을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블랙 유머는 관객의 방어기제를 낮춘다. 우스운 상황 속에서 문득 드러나는 진실은 더 날카롭게 다가온다. 유니콘의 피를 특허로 내겠다는 장면, 뿔을 추출해 생명 연장을 시도하는 대사 속에는 실제 현실과 다르지 않은 탐욕의 단면이 담겨 있다.


5. 결론: 인간은 결국 괴물인가

《데스 오브 유니콘》은 결국 인간이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판타지 속 존재는 죽임을 당하고, 해부되며, 상품화된다. 그리고 그 피해자는 결국 반격에 나선다. 영화의 마지막 유니콘의 복수는 단순한 호러 연출이 아니라, ‘공존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한 징벌이다.

잔혹하지만 묘하게 유쾌한 이 영화는, 우리가 어디까지 욕망을 좇을 수 있는지를 되묻는다. 그리고 그 물음은 유니콘이라는 상징을 통해 더 명확해진다. 환상과 현실, 웃음과 공포가 교차하는 이 영화는 결국, 인간성의 가장 깊은 어두운 곳을 들여다보게 한다.


⏹ 마무리

《데스 오브 유니콘》은 판타지로 포장된 사회 풍자극이다. 누구에게나 맞는 영화는 아니지만, 장르적 실험과 철학적 메시지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한 번쯤 도전해볼 만하다. 괴상하지만 섬세하고, 우스꽝스럽지만 정교하다. 유니콘이 등장하는 영화가 이렇게 날카로울 수 있다는 건, A24니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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